우리 사회 ‘관계 회복’ 이끌 영화제 기대합니다_가톨릭뉴스 지금여기_2014-07-29

작성자
CaFF Program
작성일
2022-05-24 13:35
조회
584
[인터뷰] 제1회 가톨릭영화제 준비하는 조용준 신부
신부가 영화를 만든다고? 그거 엄청 지루하고 교훈적인 내용 아냐?

성직자나 수도자를 생각하면 성스럽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모범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들이 만드는 영화도 그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조용준 신부는 사제가 만든 영화를 통해 그동안 미디어에서 보여준 한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직자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답한다.

“그동안 성직자는 영화나 매체 속의 피사체로만 존재했다. 성직자가 영화를 만들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보는 사람은 신부나 수녀가 어떤 고민을 하며 사는지 알 수 있고,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신비주의가 깨져서 실망할 수도 있지만, 요즘 교황님의 화두가 세상으로 나가는 교회의 모습이지 않나.”

성직자가 만든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성직자뿐만 아니라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 비신자도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가 탄생한다.

한국가톨릭영화인협회 지도신부이자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를 만나, 10월 30일에 개막하는 가톨릭영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제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지쳤을 법도 한데 영화에 대한 열정과 영화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는 뜨거웠다.

다음은 조용준 신부와의 일문일답이다.

―어떤 계기로 가톨릭영화제를 기획하게 됐나?
“어릴 적에 농담으로 친구에게 ‘나중에 영화를 만드는 신부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시절에는 허무맹랑한 얘기였지만, 계속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교육을 들으러 다녔다. 영화를 만들거나 천주교 영화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영화제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영화에 관련된 단체가 없어서 관련업계 사람을 한 명씩 찾아 나섰다. 그러다 영화제라는 목적이 있으면 영화인들을 조직화하기 수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5년 전이다.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영화제 얘기를 하면 거의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쫓아다니다가 관심 있는 사람이 꽤 모여서 본격적으로 영화제를 열기 위해 조직을 공식적으로 구성한 게 한국가톨릭영화인협회(회장 조혜정)다. 작년 7월에 창립하고 지금은 이 조직이 영화제의 주체가 되어 여러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가톨릭영화인협회에는 어떤 이들이 있나?
“현재 협회 회원은 62명 정도고,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과 사제, 수녀도 있다. 영화 <광해>를 제작한 원동연 대표, 민병훈 감독 등도 포함돼 있다. 꼭 신자가 아니어도 천주교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비신자 중에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면 회원이 될 수 있다.”

―가톨릭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들이 상영되나? ‘가톨릭’이라는 단어와 ‘영화’의 자유로운 이미지가 어울릴지, 와닿지 않는다.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영화만 보여주는 건 아닌가?
“예전에는 가톨릭과 영화의 관계가 부정적이긴 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신부님이 먼저 영화를 보고 키스신이 나오면 종을 쳐 알프레도가 해당 부분을 잘라낸 뒤에 상영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교회의 모습이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미디어는 하느님의 선물이고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디어가 악(惡)을 전파할 수도 있지만, 선(善)을 전파할 수도 있으며 선한 매체가 많아지기를 지향한다.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가톨릭적 주제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기도 하지만 인간에 대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인간에 대한 문제를 포괄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선보이려고 한다.”

―성적인 묘사, 폭력 등 자극적인 장면이 있는 영화도 볼 수 있나?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도 상영하나?
“어린이도 함께하는 영화제라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없다. 아예 정해놓고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맥락에 맞게 영화에 필요한 장면이라면 괜찮다. 영화적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주제가 중요하다.”

- 영화를 출품할 수 있는 대상이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 비신자 및 영화애호가로 굉장히 다양하다. 가톨릭영화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지 않나?
“맞다. 폭넓다. ‘이게 가족영화제와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가톨릭적 소재 즉 복음적인 표현이나 소재,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로는 한계가 있다. 가톨릭이라는 단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포괄적이다. 사랑, 용서 등의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가지고 복음적인 가치와 연결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성직자나 수도자가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한가?
“이제 영화는 대중예술에 가까운 시대가 됐다. 핸드폰만 있어도 가능하다. 수도자는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게 수도회나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성당스타일’이란 영상을 만든 신부님, 단편영화를 찍는 수도자도 있으며, 개인적으로 영화에 관심을 가진 성직자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제1회 가톨릭영화제의 주제가 ‘관계의 회복’이다. 어떤 의미인가?
“한국 사회에서 이 주제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하다. 전제는 지금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관계 자체보다는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세상의 모습을 영화가 반영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 영화 안에서 관계가 치유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결국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란다.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면 좋겠지만, 우선 작게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올바른 생각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

―앞으로 가톨릭영화제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나?
“단순히 보여주는 영화제가 아니라, 영화를 만들고, 함께 본 영화를 통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 영화제가 있는 걸 알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거라고 기대한다. 이런 콘텐츠는 교리교육에도 활용될 수도 있다. 내년에는 신자를 대상으로 영화를 만드는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청년이나 청소년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그들에게 영화를 만들며 주체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얘기를 만들게 하는 대안적인 사목방법이 될 수 있다.”

―가톨릭영화제만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정부나 교회의 지원 없이 회원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가난한 영화제다. 외적인 행사가 아니라 콘텐츠를 바탕으로 신앙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는 영화제가 될 거다. 영화제에는 영화를 보고 영성 토크를 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영화를 보는 건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영화제를 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고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준 신부는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10년 동안 자신 안에 키워왔던 아이가 태어나는 것 같은 기쁨이 있다”고 했다. 비록 태어나는 아이는 상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겠지만, 결국에는 세상의 열매가 아니라 하느님의 열매를 맺을 거라는 그의 말대로 가톨릭영화제가 작고 소박하고 가난하지만 의미 있는 열매가 되길 바란다.
제1회 가톨릭영화제는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열린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과 교황 프란치스코를 함께 탐구하고, 영화에 나타난 고해성사를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보는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현재 가톨릭영화제는 단편 경쟁부문에 출품될 단편영화를 공모 중이다. ‘관계의 회복’을 주제로 2013년 1월 이후에 제작 완료된 60분 이내의 영화를 8월 14일까지 응모하면 된다. 자격은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가능하다. (홈페이지 www.icaff.kr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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